
2007년 개봉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걸작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는 지금도 수많은 비평가와 영화 팬들에게 가장 위대한 현대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미국 서부의 석유 개발을 배경으로, 자본주의의 탐욕, 인간의 고립, 종교와 권력의 충돌 등을 강렬한 연출과 연기로 담아낸 심리 드라마입니다. 2025년을 살아가는 오늘날, 이 영화는 다시금 재조명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며, 본 리뷰에서는 줄거리 요약과 배경, 배우들의 명연기 분석, 그리고 현대적 관점에서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영화 배경 및 줄거리 요약
데어 윌 비 블러드는 1898년부터 1927년까지, 약 30년에 걸친 미국 석유 산업의 태동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배경은 캘리포니아의 황량한 사막 지대. 이곳에서 우리는 주인공이자 야망가인 ‘다니엘 플레인뷰(데니얼 데이 루이스)’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은광 채굴로 시작해 석유 사업가로 변모하며, 점차 거대한 권력과 부를 얻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초반부 대사 없는 15분 동안 다니엘이 땅을 파는 장면을 통해 그의 본성과 야망을 묘사합니다. 이후 그는 ‘폴 선데이’라는 젊은이로부터 석유 지대 정보를 입수하고, 그의 가족이 있는 리틀 보스턴 지역으로 향합니다. 다니엘은 그곳에서 석유 채굴 허가를 얻기 위해 친절한 가장이자 사업가의 모습을 연기합니다. 그는 아들인 H.W. 와 함께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과 교육을 약속하며 땅을 사들이지만, 내면에는 오직 석유를 향한 탐욕만이 존재합니다.
이곳에서 다니엘은 폴의 쌍둥이 형제인 엘라이 선데이(폴 다노)라는 젊은 목사와 갈등을 겪게 됩니다. 엘라이는 종교적 지도자임을 자처하며, 다니엘의 욕망을 견제하려 들지만, 두 사람은 끝내 서로의 세계관을 부정하며 충돌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 둘의 갈등을 중심으로, 자본과 종교, 인간성과 고립, 가족과 배신 등의 복합적인 주제를 다루며 전개됩니다.
결말에서 다니엘은 완전히 타락한 인간의 상징으로 묘사되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과거의 모든 관계를 끊고 광기 어린 모습으로 엘라이를 살해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는 탐욕에 잠식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극단적 고립과 폭력성을 강렬하게 표현한 엔딩으로, 관객에게 깊은 충격을 남깁니다.
배우들의 역할 분석과 연기력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무엇보다도 데니얼 데이 루이스의 인생 연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다니엘 플레인뷰’라는 인물을 영화사에 남길 전설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다니엘 플레인뷰는 단순한 탐욕스러운 자본가가 아니라,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심리를 모두 내포한 다층적인 인물입니다. 데이 루이스는 이 캐릭터를 통해 집착, 분노, 절망, 냉소, 고독 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합니다. 특히 그의 말투, 억양, 시선 처리 하나하나가 인물의 깊은 내면을 드러냅니다. 그는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움직이며, 사람들과의 관계도 모두 사업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그 결과 아들 H.W. 와의 관계마저도 비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폴 다노는 1인 2역(폴과 엘라이 선데이)을 맡아 데이 루이스에 맞먹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특히 엘라이 역할에서는 젊은 종교 지도자의 야망, 위선, 그리고 내면의 불안정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영화의 또 다른 축을 이룹니다. 엘라이와 다니엘의 설전 장면은 단순한 연기 이상의 무게를 가지며, 인간 내면의 대립과 욕망의 전장을 체감하게 만듭니다.
두 배우의 대립은 단순한 드라마의 구도를 넘어 철학적 충돌로 확장됩니다. 데니얼 데이 루이스는 자본주의의 화신처럼 움직이고, 폴 다노는 종교적 위선의 화신으로 그려지면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타락해갑니다. 이처럼 연기 하나로 영화의 메시지를 압도하는 두 배우의 에너지는 지금 봐도 경이롭습니다.
2025년 관점에서의 관전 포인트
2025년을 사는 오늘날,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단순히 과거의 명작으로 남기에는 너무나도 시의적절한 의미들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1. 자본주의의 본질을 묻는 영화
다니엘 플레인뷰는 자수성가한 사업가의 이상적 표상이 아닌, 성공을 위해 인간성을 포기한 인물입니다. 그의 성공은 주변 모든 인간관계를 파괴하며 이루어지고, 그 결과 그는 돈과 권력을 얻었지만, 궁극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존재가 됩니다. 이는 오늘날 기업의 윤리 문제, 자본 우선의 가치 체계, 인간성 상실 문제 등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2. 종교와 권력의 위선
엘라이 선데이는 종교라는 가면을 쓴 또 다른 권력의 상징입니다. 그는 기도를 통해 사람들을 지배하려 하며, 다니엘의 돈을 이용해 자신의 교회를 세웁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순수하지 않으며, 영화 후반에서 그의 욕망이 드러나면서 종교의 위선성을 고발합니다. 이는 종교가 권력화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3. 인간 내면의 고독과 광기
다니엘의 진짜 적은 외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그는 누구도 믿지 않고, 결국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을 혐오하게 됩니다. 이 고독과 증오는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관계 단절, 고립, 정신 건강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가 어디까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묻는 철학적 질문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론: 왜 다시 봐야 하는가?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단지 훌륭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 권력의 본질까지 탐구하는 심오한 작품입니다. 데니얼 데이 루이스와 폴 다노의 명연기, 폴 토마스 앤더슨의 천재적 연출, 그리고 무겁지만 필수적인 주제의식은 2025년을 사는 우리가 다시 이 영화를 마주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작동 방식을 성찰하고자 한다면, 이 영화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