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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와의 전쟁 (서사구조, 인물분석, 의미)

by ardeno70 2025. 12. 25.

영화 범죄와의 전쟁 (서사구조, 인물분석, 의미) 관련 사진

 

 

한국 영화사에서 잊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조폭영화라는 장르 안에 당시 한국 사회의 정치, 권력, 도덕적 혼란,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녹여낸 걸작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했던 부조리와 모순을 풍자와 사실감 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의 서사 구조와 주요 인물들의 대조적 캐릭터 분석, 그리고 이 영화가 현대 사회에 던지는 핵심 메시지에 대해 심도 깊게 살펴보겠습니다.

서사구조로 본 범죄와의 전쟁

'범죄와의 전쟁'은 기본적으로 3막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영웅 서사나 성장담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끕니다. 주인공 최익현은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오히려 그는 비열하고 비겁하며 처세에 능하지만 도덕적 기준은 희박한, 일종의 반(反) 영웅입니다. 그의 성공은 능력보다는 인맥, 아부, 기회주의에 의존한 것이며, 그의 몰락은 그가 만든 인위적 세계가 결국 모래성과 같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1막은 최익현이 부산 세관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작은 부정과 비리를 일삼던 그는 일본 조직과 마약 거래로 얽힌 사건을 계기로 조직폭력배와 연결되고, 이를 계기로 거대한 범죄 세계로 발을 내딛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가 원래부터 악인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평범한 중년 공무원이 사회의 회색지대에서 조금씩 타협하다가 결국 '악의 축'이 되는 과정을 통해, 영화는 우리 모두가 그런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 줍니다. 2막은 그가 조폭들과의 관계를 이용해 정치권, 검찰, 경찰 등 다양한 권력 집단과 결탁하면서 사업과 세력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때 등장하는 '정·관·검·경'과의 유착 구조는 실제 한국 사회에서 발생했던 권력형 비리와 맞닿아 있어 현실감이 매우 높습니다. 이 시점에서 영화는 단순히 조직폭력배 이야기를 넘어, 한국 사회 구조 속 권력의 실체를 비판합니다. 범죄와 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도덕성보다 ‘줄’이 더 중요시되는 세태가 그대로 투영됩니다. 3막에서는 시대적 흐름이 바뀌고,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국가 정책이 발표되면서 익현이 쌓아온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정권이 바뀌자 그를 지켜주던 정치권 인맥은 모두 등을 돌리고, 형사들은 단호하게 수사를 밀어붙입니다. 권력은 그에게 등을 돌렸고, 익현은 한순간에 모든 걸 잃게 됩니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는 "범죄와 권력은 공생하지만, 언제든 그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남깁니다. 동시에, 권력에 기대어 만든 부의 허상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인물 분석: 최익현과 최형배의 대비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긴장감과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요소는 바로 최익현과 최형배라는 두 인물의 대조입니다. 익현은 과거의 방식, 즉 인간관계와 아부, 권위에 대한 충성을 통해 출세를 꿈꾸는 전형적인 구세대 인물입니다. 반면 최형배는 젊고 냉철하며, 폭력과 계산을 통해 조직을 장악하는 신세대입니다. 이 둘은 마치 한국 사회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메타포로 읽히며, 단순한 조폭 내 권력 다툼 이상의 상징성을 갖습니다. 최익현(최민식 분)은 처음에는 단순한 소시민, 공무원입니다. 하지만 그는 기회가 보이면 망설이지 않고 타협하며,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언제든지 선을 넘습니다. 그가 처음 마약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경찰에게 도망치며 보였던 처절한 생존 본능은, 이후 전개되는 그의 행동을 예고하는 장면입니다. 그는 권력의 그림자에 들어가길 원했고 이를 위해 가족도, 양심도 내려놓습니다. 그의 처세술은 당시 중년 남성들의 생존 방식 그 자체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최형배(하정우 분)는 처음부터 조폭입니다. 그는 정면승부를 택하고, 조직 내부에서 능력과 충성심으로 올라섭니다. 형배는 익현을 처음에는 ‘꼰대’처럼 여기지만, 익현이 권력의 네트워크를 제공하면서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탁합니다. 하지만 이 관계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형배는 냉철한 현실 감각으로 익현의 몰락을 직감하고, 그를 밀어내는 동시에 조직을 장악합니다. 여기서 형배는 신자본주의의 얼굴로 등장하며, 감정 없이 효율을 따지는 새로운 권력의 상징입니다. 이처럼 두 인물은 단순한 조폭과 정치 중개인의 관계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오래된 가치관과 새로운 질서가 충돌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또한, 이 관계를 통해 영화는 ‘누가 진짜 악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폭력을 직접 행사한 형배인가, 아니면 권력과 야합해 구조적 폭력을 유도한 익현인가? 이 질문은 관객의 윤리적 판단을 끊임없이 시험합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의미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특별한 이유는, 영화 상에 사회 풍자의 내용을 보다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 사회 전반의 병폐와 모순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익현이 권력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은 곧 당시 수많은 기업가, 정치인, 고위 공무원들이 걸어온 비슷한 길을 암시합니다. 영화가 다루는 시기는 1990년대 초중반, 김영삼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시기입니다. 실제로도 이 시기는 한국 사회가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사회적 대전환기를 맞았던 때이며, 영화는 그 변화 속에 내던져진 한 인간의 부침을 통해 시대를 보여줍니다. 익현이 몰락하는 이유는 단지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치적 이용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권력의 냉혹함을 상징합니다. 또한 영화는 도덕적 상대주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익현은 “나는 그냥 사람 좋게 지냈을 뿐”이라는 변명을 하며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지만, 영화는 그런 회색 지대에서의 타협이 결국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익현이 다시 누군가의 인맥을 활용하려는 장면은, 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반복된다는 순환구조를 강조합니다. 이는 단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 반복을 지적하는 장면입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개봉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권력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정교한 연출, 실제 사건과 시대를 반영한 스토리텔링까지 모든 요소가 뛰어난 이 영화는 다시 봐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조폭영화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사회학, 정치학, 심리학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큰 만큼, 한 번쯤 다시 감상해 보길 권합니다. 아마도 처음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이 작품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