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설국열차’는 2013년 개봉 이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기후 재앙 이후 지구를 순환하는 열차 안에서 계급 사회가 재현된다는 설정은 당시에도 충격적이었지만, 2024년 현재 다시 봐도 여전히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설국열차’의 줄거리와 세계관, 주요 배우들의 역할, 그리고 국내외 반응까지 자세히 살펴보며 다시 보는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줄거리와 세계관의 독창성
‘설국열차’는 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기후조작 실험을 시도하다 지구 전체가 빙하기에 빠지면서 시작됩니다. 이로 인해 살아남은 인류는 윌포드라는 인물이 설계한 초대형 열차 ‘설국열차’ 안에서 생존하게 됩니다. 이 열차는 1년에 한 바퀴 지구를 순환하며 달리고 있고, 그 내부는 철저한 계급 구조로 나뉘어 있습니다. 앞칸에는 부유층이 호화롭게 생활하고, 맨 뒷칸에는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겨우 이어가는 하층민들이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를 중심으로 하층민들이 봉기를 일으켜 열차의 앞칸으로 진격해 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이 과정에서 각 칸은 다른 테마와 계급을 상징하며,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 시스템을 은유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칸은 세뇌 교육을, 수족관 칸은 생태계를, 바와 나이트클럽 칸은 지배층의 타락한 문화를 보여주며, 관객은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세계관이 놀라운 점은, 이 열차 하나로 인류 문명 전체를 축약해 냈다는 점입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와 디테일한 상징성은 줄거리를 단순한 액션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게 만듭니다. 관객은 열차의 구조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불평등, 억압, 반란, 혁명의 본질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설국열차’는 단순한 SF가 아닌,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디스토피아 서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반전과 배우의 역할
설국열차의 전개는 단순한 계급투쟁 서사를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충격적인 반전과 심오한 주제를 드러냅니다. 가장 큰 반전은 커티스가 열차의 끝, 엔진이 있는 앞칸에 도달하면서 드러납니다.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는 커티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에게 열차를 이어받으라고 제안합니다. 여기서 윌포드는 자신이 하층민들의 봉기까지 설계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희생과 반란을 조장했다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누가 진짜 주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체제 내부의 혁명조차도 결국은 권력자의 설계일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커티스는 그 순간 큰 딜레마에 빠집니다. 이상을 위해 혁명을 주도했지만, 그것마저 시스템의 일부였다면 그의 싸움은 과연 무슨 의미였을까? 이 장면에서 크리스 에반스는 극도의 혼란과 좌절, 분노를 섬세한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하며, 기존의 액션 히어로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서의 진가를 보여줍니다. 또한 송강호가 연기한 남궁민수는 영화의 또 다른 중심축입니다. 그는 보안 시스템을 해제하는 기술자이자, ‘열차 밖에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인물입니다. 남궁민수의 딸 요나(고아성 분)는 눈 위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를 발견하며, 설국열차 밖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배우들의 열연은 설국열차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틸다 스윈튼, 옥타비아 스펜서, 존 허트 등 국내외 명배우들의 캐릭터는 각 계층과 이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영화의 사회적 함의를 극대화합니다.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이들은 모두 하나의 구조와 질서를 상징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국내외 반응과 평가
‘설국열차’는 국내에서는 큰 기대와 함께 개봉했으며, 관객 93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한국 감독의 영어 영화였고, 제작비 규모도 이례적으로 컸기 때문에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국내 평단은 "봉준호 감독다운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의 결합",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스케일"이라는 호평을 남겼고, 관객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넘친다", "지금 봐도 완성도 높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외에서는 특히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프랑스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그리고 아트 필름과 블록버스터 사이의 균형을 잘 맞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이렇게 유려하게 장르 안에 녹여낸 작품은 드물다"라고 평했으며, 《로튼 토마토》에서도 94%의 신선도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이 다소 낯설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설국열차'는 ‘기생충’의 성공 이후 다시 주목받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특히 계급 간 갈등, 시스템 비판, 저항의 허상 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명확한 메시지로 다가왔고, 드라마 시리즈로도 리메이크되며 그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또는 SF를 넘어선 철학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사회를 구성하는 권력과 질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데 성공한 드문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설국열차’는 단순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구조와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입니다. 줄거리의 긴장감, 배우들의 명연기, 충격적인 반전,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 덕분에 지금 다시 봐도 전혀 낡지 않은 영화입니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다시 한번 이 영화를 감상하며 새로운 시선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