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시원한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영화 '엑시트'가 2024년 현재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시 관객 수 940만 명을 돌파하며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이 영화는, 지금도 OTT 플랫폼과 IPTV에서 꾸준히 시청되며 높은 재관람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엑시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위로와 공감으로 다가옵니다. 일상 속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탈출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 ‘엑시트’가 지금 왜 다시 사랑받고 있는지, 액션, 유머,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리뷰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액션의 재발견
'엑시트'는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면서도 독창적인 액션 스타일로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주인공 용남은 대학 시절 산악부 출신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로프, 암벽, 빌딩을 활용한 입체적이고 수직적인 액션을 선보입니다. 이는 기존의 재난영화에서 보기 드문 구성으로, CG보다는 실제 배우들이 수행한 고난도의 와이어 액션이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조정석은 대부분의 액션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며 캐릭터의 현실성과 긴박감을 살렸고, 윤아 역시 다부지고 적극적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하며 단순한 ‘여주인공’이 아닌 공동 주인공으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도시 속 고층 건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격전은, 관객들에게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현실감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고층 아파트의 외벽을 오르고, 로프 하나에 몸을 의지해 빌딩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단순한 스펙터클을 넘어, 한국적 상황에서 가능한 탈출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 큰 몰입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한국형 재난영화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엑시트'는 단지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액션 연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작품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가 방영될 때마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또 봐도 손에 땀을 쥔다”, “이런 현실적인 액션, 요즘 영화에선 보기 힘들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머와 감성의 균형
재난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엑시트'는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유머와 감성의 절묘한 조화입니다. 조정석 특유의 타이밍 좋은 몸 개그와 재치 있는 대사는 위기의 순간에도 관객을 웃게 만듭니다. 가족들과의 생일 파티 장면에서 보여주는 어색한 대화, 모처럼 취업 정보를 듣고 눈을 반짝이는 용남의 모습 등은 한국 가정의 익숙한 풍경을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윤아가 연기한 의주 역시 외유내강형 캐릭터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지는 유머로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유쾌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웃음 속에 짙은 감성을 숨겨두고 있습니다. 용남과 어머니, 누나 사이의 미묘한 갈등과 애틋함, 가족 간의 거리감,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랑은 영화의 깊이를 더합니다. 단순히 코미디가 아니라, 삶의 아이러니를 유머로 풀어내는 방식이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사회적으로 무기력함이 팽배한 상황에서, '엑시트'의 유쾌함은 일종의 정서적 탈출구로 작용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 영화를 다시 보는 이들은 "볼 때마다 웃기면서도 뭉클하다", "지금 다시 보니 감동이 더 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웃음이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라, 현실을 이겨내는 하나의 도구로서 영화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엑시트’는 가벼운 오락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공감되는 청춘의 현실
‘엑시트’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현실 공감'입니다. 영화는 화려한 배경이나 특별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습니다. 대신 용남이라는 평범한 청년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 청년층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용남은 학창 시절엔 능력 있는 산악부원이었지만, 졸업 후 수년째 취업에 실패해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백수입니다. 이런 설정은 수많은 청년들이 겪는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어, 관객들에게 강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의주 역시 취업은 했지만 비정규직에 가까운 호텔 직원으로, 상사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이처럼 ‘엑시트’는 재난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의 무기력함과 좌절, 그리고 작지만 용기 있는 도전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결국 이들은 어떤 도움도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가족과 타인을 구해냅니다. 이는 단순한 탈출의 서사를 넘어, 자기 존재를 증명해 나가는 성장 서사로 읽히며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지금의 20~30대는 스스로를 ‘벼랑 끝에 선 세대’라고 말합니다. 그들에게 ‘엑시트’는 단지 극적인 탈출이 아닌, 현재의 삶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상징적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길게 남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영화 ‘엑시트’는 단순한 재난 블록버스터가 아닙니다. 현실적인 액션과 유쾌한 유머,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의 마음을 꿰뚫는 공감 요소들이 어우러져 오랫동안 사랑받는 영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 다시 ‘엑시트’를 본다면,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단순한 탈출극이 아니라, 마음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힐링 영화로서,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